꽃은 묵은 가지에서 피네.1-3/윤민p.3권 미
꽃은 묵은 가지에서 피네(이하, ‘꽃묵’이라 칭함)』는 실록 한 귀퉁이를 장식했을 뿐
그동안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공녀의 이야기에 주목한 팩션 사극이다.
명 영락제의 총애를 받던 여비(麗妃)였으나,
영락제의 붕어와 함께 그대로 순장당한, 이선의 언니 이연.
이런 아픔을 지닌 이선에게 명 황제의 후궁이 된다는 것은 인생의 끝이 고작 순장이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황금기와를 얹은, 세상에서 제일 화려한 감옥일 뿐인 자금성.
조선의 공녀로 황제에게 바쳐진 이후 이선의 인생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후궁들의 암투에 휘말려 점점 지쳐 가던
이선의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한 한 남자,우겸
그의 존재는 이선으로 하여금 다른 것을 꿈꾸게 하는데…….
"평생에 한 번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나면
더 이상 미련 두지 않고 시들어 보리는 쪽이
오히려 더 아름다운 마지막이지 싶어요."
p.69
충고란 들을 귀가 있는 이에게만 쓸모가 있는 것이었고 효옥은 이선의 말을 귀담아 들을 의사가 없음을
그 태도로 이미 여러번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간 이선은 효옥이 행여 쓸데없는 욕심을 품게 될 것을 저어하여 이선 자신의 언니인 여비가
얼마나 비참하게 죽어야 했는지에 대해서 이미 몇 번이나 이야기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옥은 언제나 듣기 싫다는 얼굴로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었다.
"영락제는 나이가 많았지만 지금 황상께서는 젊지요.여비는 소생이 없던 탓에 죽어야 했지만
나는 다를 거예요!"
p.70
인생에 있어 중요한 깨달음은 언제나 그것이 소용없게 된 다음에 깨우치는 법이었으므로.."
p.113
'나는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나를 이렇게 보내는 그네드이 그 대가로 바랄 '이익'에
대한 기대를 내가 철저히 배신해 주겠다고.내 희생으로 인해 누구도,내 오라비도,내 가문도 조선도,그 어떤 것도 득을
보지 못하게 하겠다고.그래야만 이 미친 행렬이 끝날 테니까."
p.365
"절약은 스스로 지켜야 아랫사람을 단속할 수 있는 것이고 사치의 시작은 작은 곳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말씀은 이치에 합당
한 것이니 어찌 그분의 정실로서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선의 황후의 말에 깊이 동의하는 척 한 번 더 고개를 숙이며 생각했다.
결국은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만의 절약이었다.
자금성은 넓었다.아무리 만인지상이라 한들 황제는 육신 안에 갇힌 신이었다.그의 눈은 아랫것들이 애써 숨기는 것을
볼 수 없었고 멀리서 속살거리는 이들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