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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설1.2/사영
지나간날의기억
2019. 12. 23. 16:50
“확실히 말하지. 널 단순히 희롱하고자 했다면 당장에 널 저 정자에 눕히고 일을 치렀을 것이다. 그
리고 돌아서는 순간 깡그리 잊었겠지.
하지만 널 보는 내 마음은 그런 것과는 다르다.
처음 본 처지에 연심(聯心)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절대 희롱은 아니란 말이다.
황월국 진씨 가문의 이름뿐인 장녀 희설,
그녀는 뜻하지 않게 황제의 지명을 받아 동생을 제치고 후궁간택에 나갈 기회를 갖게 된다.
하지만 간택에 가기 며칠 전 황제의 이복동생인 석왕과 얽히면서 운명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는데…….
“먼발치에서 보았다? 안타깝군. 난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한 듯하니 말이야.”
“네?”
희설은 그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아주 오랜만이었다.
석왕과, 아니 사람의 눈동자와 그렇게 제대로 눈을 맞춘 것은.
순간 그녀는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치맛자락을 움켜쥐며 뒷걸음질쳤다.
마치 그녀 주변의 공기가 한순간에 모두 빠져간 듯 아찔했다.
‘대체, 이분은 대체 뭐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그녀의 눈빛을 낚아챈 사내가 소름끼칠 만큼 두려웠다.
그의 눈에 담긴 솔직하고 무모하리만큼 대담한 욕정이 희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를 마주할수록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창백하게 빛났지만 석왕은 희설의 눈빛을 단단히 틀어쥔 채 절대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