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꾀에 속아 넘어간 구렁이
가난하지만 꾀가 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이 가난한 사람의 집에 양식이 떨어졌어요.
이 사람은 멀리 사는 형님 집에 양식을 꾸러 갔어요.
형님 집은 산 너머에 있었어요.
보리쌀을 한 자루 꾸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날이 저물었습니다.
큰 고개만 넘으면 집인데 그만 어두워져 버린거예요.
'집에서 식구들이나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을까?'
가난한 사람은 무섭지만 혼자서라도 고개를
넘어가야 하겠다고 작정을 했습니다.
원래 이 고개는, 밤이면 무시무시한 짐승들이 나타나 사람을 잡아먹는다
고 소문이 난 고개였기 때문에 밤에는 아무도 고개를 넘지 않았어요.
혼자서 고개를 넘고 있는데 웬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밤길에 고개를
넘으시다니 용감하신 분이군요. 저희 집이 가까운 데 있
으니 잠시 쉬었다가 가시지요."
이 사람은 마침 목도 마르고 해서 물이라도 얻어
마실 생각으로 여자를
따라 갔습니다. 여자를 따라 가다 보니 정말로 반짝이는 불빛이 보였어
요. 가 보니 집이 아니라 굴이었는데 마치 집처럼 꾸며져 있었습니다.
"자, 여기가 우리 집이랍니다.
잠시 기다리세요. 제가 밥상을 차려 드리겠어요."
여자는 잠시 사라졌다가 밥상을 들고 나타났어요.
가난한 사람은 음식을 보자 침이 꿀꺽 넘어갔습니다. 음식을 먹으려던 사
람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래졌어요. 음식 속에 사람 손톱과 머리카락이 들
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니, 이게 무슨 고기요?"
가난한 사람이 묻자 여자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하게 변하더니 깔깔깔 웃
었어요.
"나는 원래 이 산에 사는 구렁이다. 내가 지금까지 사람 아흔아홉 명을
잡
아먹었는데 한 사람만 더 잡아먹으면 하늘로 올라갈 수 있으니 너를 잡아먹어야 하겠다."
여자의 말에 이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랐지요.
"저 산 밑에는 밥도
못 먹은 아내와 자식들이 있습니다. 내가 가지 않으면 식구들이 굶어죽을 것이니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그럼 내 몸을 바칠 터이니 이 보리쌀이나 집에
갖다 주고 오게하여 주십시오."
가난한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오다가 불쑥 여자에게 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입니까?"
"나는 담뱃가루를 제일
무서워한다. 너는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
"저는 이 세상에서
돈을 제일 무서워한답니다."
가난한 사람은 쏜살같이
달려 집으로 왔습니다.
집으로 온 가난한 사람은 동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담배란 담배는 다 걷어 가지고 구렁
이 여자가 기다리고 있는
굴로 돌아왔습니다.
가지고 온 담뱃가루는 굴 입구에 뿌려 놓았지요.
여자는 가난한 사람이 돌아오자 약속을 잘
지켰다며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습니다.
이 사람은 얼른 굴 밖으로 도망쳤습니다.
여자는 금세 구렁이로 바뀌어 쫓아오려 했
지만 담배 냄새 때문에 굴 밖으로 나올 수
가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가난한 사람은 구렁이가 원
수를 갚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걱정을 했습니다.
이 사람은 온 집을 빙 둘러 가며 담뱃가루를 뿌려 두었습니다.
며칠이 지났어요.
갑자기 안마당에 쿵 하고 굉장히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가 보니 그건 엄청나게 많은 돈이었습니다.
그 돈은 구렁이가 사람을 잡아먹고 빼앗은 돈이었는데, 가난한 사람이 돈
을 무서워한다니까 앙갚음으로 이 사람의 집에 던져 놓은 것이었어요.
가난한 사람은 구렁이가 가져다 준 돈으로 부자가 되어 잘 살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