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소설가 서하진의 소설집『착한 가족』.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세련되면서도 담담한 문체로 일상을 그려온 작가의 역량을 엿볼 수 있다. 이야기에 대한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이야기 속 인물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따스하게 안아준다. 이전 작품들에서도 다루었던 소통과 관계의 문제에 대한 또 하나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표제작 <착한 가족>은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여자의 하루를 그리고 있다. <슬픔이 자라면 무엇이 될까>는 암에 걸린 여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아빠의 사생활>은 자상한 아빠가 바람을 피우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두들 어디로 가는 것일까>는 병에 걸린 한의사가 과거를 추억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렇게 서하진의 소설에서 가족은 모든 사건의 시작이다. 관계의 발생점이자 소통의 중심인 가족을 통해 그들이 맺고 있는 사회 속의 관계와 소통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다. 또한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양장본]
☞ 작품 조금 더 살펴보기!
서하진의 소설 속 인물들은 한 가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정체성으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표제작 <착한 가족>에서 주인공은 여자이자 아내이자 엄마의 역할로 분리되어 있다. 이러한 '가면 놀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작가는 담담한 문체로 우리의 실제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된 가면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