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왕후』제1권. 의종의 비가 된 병조판서 윤돈경의 여식 단영. 합환주를 나누었지만 마음을 나누지 못한 두 사람.
냉정한 의종의 말도 단영을 흔들어놓지 못했다. 단지 그녀는 엷은 미소를 지을 뿐.
“저 또한 전하께 아뢰올 말씀이 있습니다. 신첩이 궁을 나서는 그날까지 이 교태전을 찾지 않으시겠다고 약조하여 주십시오.”
이후 잠행에 나선 의종의 눈에 들어온 작은 체구, 예리한 눈빛의 한 남자. 어쩐지 낯익은 이 사내의 정체는 무엇일까?
"칠일의 여유를 주지.
그안에 나를 설득한다면 나머지 시간도 돌려주도록 하겠다."
궁을 벗어나 자유를 누리려던 단영의 발모을 잡은 것은
의종의 강요 아닌 제안이었다.
단영은 그에게 협조한 후 궁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엉켜버린 실타래는 쉬이 풀리지 않는다.
"신첩이 모른다 생각하시면 큰 오산이십니다.
언제 이몸을 내쳐야 할지 그 기회만 엿보고 계실 것 아닙니까?"
"모르는 것은 아는 것처럼,아는것은 더욱 아는것 처럼."
"아는 것은 모르는것처럼,모르는것은 더욱 모르는 것처럼.'
"왕 노릇을 제대로 해내기 위한 비법이라더군.어떤 경우에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혹은 알고 있다는 것을 들키면 안 된다는 뜻이지.
대소 신료드과의 힘의 균형을 제대로 이룰 때에만 비로소 그들을
내 ㅅ람으로 묶어 둘 수있다 하셨어,또한 아버님은 이렇게도 말씀하셨는데
그 비법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실제로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그래야 어느 때 아는 척을 어느때 모르는 척을 할지 판단
할 수 있다고 말이야.헌데 나는 그 말씀이 어찌나 어렵던지 그저 막막하기만 한 거야.
게다가 아는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 못하면 옳고 그름과 곧고 굽음도 모호해지니 스스로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늘 살피고 경계해야 한다 고도 하셨으니
도무지 그 복잡한 뜻을 어렸던 내가 어찌 이해할 수 있었겠나."
그리고 잠시 후 덧붙였다.
"하긴 그대라면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군."
단영이 물었다.
"그럼 전하께선 지금껏..."
왠지 단영의 눈초리가 자신을 흘겨보는 듯 느껴져 의종은 다시 훗 웃음을 지었다.
여태 아는 척을 얼마나 한 것 이냐고 묻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글쎄 내가 그대에게 아는 척을 했던가.모르는 척을 했던가.기억이 나질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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