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향 장편소설 『The Good Man』 제1권.
호텔 리셉션장에 도착한 연주자를 본 순간,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온 세상을 미친 듯이 뒤졌어도 찾지 못했던 그녀가
무려 9년 만에 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목덜미까지 내려오는 곱슬머리
굳은살이 박인 기다란 손가락
그리고 솜털이 일제히 곤두설 정도로 감각적인 연주
그 음악은 윤가예.그 자체가 되어 내게 스며들어 왔다.
하지만 재회의 기쁨은 나만의 감정이었을까?
그녀는 비웃음을 지은 채 냉정하게 뒤돌아서 버렸다.
"우린 끝났어.이미 오래 전에 남남이 되었잖아."
"왜 우리가 남이야?내가 했던 약속 기억 안 나?"
그러나 예전처럼 맥없이 인연의 끈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든 그녀를 품안에 감싸안고 말해 주리라.
지난 9년간 단 한 순간도 윤가예, 널 잊은 적 없다고.
또한 반드시 그녀의 목소리로 듣고 말 것이다.
그녀의 눈빛이 이토록 차갑게 변한 이유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