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황비3.4

지나간날의기억 2015. 6. 22. 14:50

버림 받은 황비. 3: 달에 드리운 검은 구름

정유나의 장편소설 『버림 받은 황비』 제3권.

 알렌디스가 떠나고, 카르세인은 티아의 곁을 맴돌고, 루블리스 황태자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 주길 부탁한다.

회상 속의 그때와는 모든 것이 달라졌음에도 마음속 상처는 오롯이 남아 그 누구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괴로워하는 티아.

불모지 같던 가슴에 씨앗이 뿌려지고 연둣빛 싹이 나왔지만 여전히 드리우고 있는 그림자가 불안하기만 하는데….

 

 

반년 가까이 자신을 피하는 나를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어쩔수 없이 약혼녀로서 참석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생일 연회에서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나를 말없이 바라보던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는 자신을 그만 피해 다닐수 없겠느냐고.그때 나는 바닷빛 눈동자 속에서 어른거리는 한 줄기 상처를 발견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착각일는지도 모른다.그저 나의 상처가 그에게 투영된 것일지도.

그토록 황비가 될 운명에서 벗어나겠다고 기족의 자아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나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음에도 .

지은이 올 때까지 앞으로 일년.

지난 반년도 무척 힘겹고 어색했는데 앞으로 일 년을 더 이렇게 버텨야 하는 것일까?

p58.

과거와는 다르게 흐르는 시간.비틀어지기 시작한 운명

어쩌면 나는 내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명분 아래 다른 이들의 운명을 흐트러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열살로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과거와 같이 운명이 흘러갔다면 알렌디스는 내 기억대로 행정부에서

승승장구하는 젊은 천재로 살아갈수 있었을텐데.나로 인해 마음 아파할 일도 제국을 떠날 일도 없었을텐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신전을 찾은 날 신은 내게 축복의 아이로 인해 많은 이들의 운명이 뒤틀렸기 때문에 나를 돌려보냈다고 했다.

그렇다면 신은 지은과 관계없는 삶을 살았던 이들의 운명이 회귀한 나로 인해 헝클어지기 시작한 것은 어떻게 할 생각

인 걸까.

 

p.81

제가 바라서 하는 일이니 사양하지 마십시오.피오니아 님.

피오니아.

내게 황위 계승권을 부여해 버린 신탁으로 받은 중간 이름.나를 황실과의 혼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자 공연한 분쟁의 씨앗이 될까 염려한 폐하께서 친히 함구령을 내려 언급하는 것을

금한 그 이름.피오니아 운명의 개척자.

한동안 잊고 살다시피 했던 그 이름을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너는 나의 관심을 받는자 운명을 거부하는 자 네가 가는 길이 곧 너의 운명이고 네가 원하는 것이 곧

너의 길일지니 그대의 이름은 운명을 개척하는 자.아리스티아 피오니아 라 모니크'이래도 모른다고 하실 셈이

십니까 신탁의 아이여."

p버림 받은 황비. 4: 얼어붙은 검과 가시나무 티아라

"이것만 버티면 돼.조금만 더...!"

운명이란 바꿀 수 없는 것일까?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려 끊임없이 노력하던 티아에게 또다시 시련이 닥쳐온다.

차기 황후로 거론되며 지은과 대립해야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직접적인 위해까지 가해진 것.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일어난 티아는 이제 더는 당하지 않겠다며 칼을 빼 들기로 결심한다.

황제의 붕어.그리고 루블르스 황제의 즉위

격변하는 정세 속에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고,

이제 티아는 운명을,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정해야 하는데...

p.188

"나 영광된 카스티나 제국의 주인이자 만백서의 어버이인 루블리스 카말루딘 샤나 카스티나는

선언한다.짐은 위대한 카스티나 제국의 제 34대 황제로서 법과 관습으로 제국을 다스릴 것이고

공정함과 자비로 황권을 행사할 것이며 사랑과 성실로 제국민을 아낄 것이다.위대한

카스티나 제국에 무궁한 영광을."

그이 선언에 딸 모든 이들의 답창이 끝나자 의전 서열 일 위인 라스 공작가의 일원들이 단상 앞으로

나아갔다.새로운 주군에 대해 충성을 맹세할 시간이다.

라스공작과 베리타가의 충성 맹세가 끝나자 다음은 우리 가문의 차례였다.

나는 하얗게 질린 손을 드레스 자락에 감추며 아버지와 함께 단상을 향해 나아갔다.

바라는 바ㅐ로 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 처음으로 그와 대면하기 때문인지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갈수록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었다.

"사자에게 충성을.이몸에 흐르는 피와 생명을 바치오니 위대한 제국의 태양이시여.당신의 뜻대로 거두소서.

제국에 영광을 모니크가의 충정을 받아들이노라."

무덤덤한 목소리에 어쩐지 맥이 풀려서 나는 다시 한 번 예를 표하고 물러 나오며 그를 힐끔 돌아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바닷빛 눈동자.언뜻 지루함마저 보이는듯한 모습.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선득했다.

문득 몇 가지 깨달음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언제부턴가 뒤돌아볼 때면 항상 나를 담고 있던

바닷빛 눈동자가 오늘은 단 한 번도 내게 닿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제나 내 앞을 지날 때면 잠시 멈칫하던 발걸음이 오늘은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나부끼는 옷자락을 바라보며 새삼 실감했다.이제 그와 나 사이에 남은 것은 주군과 신하로서의

지극히도 당연한 인연.단지 그 것뿐이라는 것을.

 

p.210

"아 짜증나.이래서야 이기려고 돌아온 보람이 없잖아.

너무 재미가 없다고.시시해.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방금 지은이 뭐라고 했지?무엇때문에 돌아왔다고?

 

"가문도 사랑도 명예와 지위도 내 모든걸 앗아 갔잖아.그런데 뭐 이기러 돌아와.왜 고작 그정도로는 성에

안 찼어?대체 나와 무슨 원수를 졌기에 이러는 건데?"

"하 그래.너는 그때가지만 살다 갔으니까 이렇게 속이 편할 수 있는거겠지."

"무슨 소리야.

됐어 알거 없어."

 

p.263

그날 예상했던 대로 큰 소동이 벌어졌더랬다.어찌 아니 그럴수 있겠는가.사냥 대회의 주인공이

황제 폐하와 같은 말을 타고 온데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의 전 약혼녀였으니.

모두가 경악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지만 그는 태연하게 말에서 내린 뒤 나를 내려 주었다.

게다가 시상을 마친 뒤에는 성년을 기념하는 사냥 대회에 끼어들어서 미안하다며 은빛 여우

모피까지 하사했다.그 바람에 나는 그날 밤 별궁에 내려와 있던 계파의 모든 귀족에게서

서신을 받아야 했을 뿐만 아니라.요 며칠 계속 해서 쏟아지는 서신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p351

'폐,폐하."

'어딜 그렇게 급히 가나 모니크경.잠시 나와 얘기 좀 하지."

"..그렇잖아도 폐하를 뵈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무슨 일로?"
"부티 돌이켜 생각하시어.제 맹세를 받아.."

"그 맹세 소리 한 번만 더 입에 담기만 하오."

"하오나 폐하."

어느새 다가온 그가 양손으로 기둥을 짚은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리스티아."

"사랑하오."

"만인의 시선조차 신경 쓰지 못할 만큼 누르고 또 눌러도 감추지 못할 만큼..

그대를 연모하고 있소."

입술은 사랑한다 속삭이는데 바닷빛 눈동자는 아직도 얼음 같은 부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 눈을 마주하자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머리는 도망치라고 명령하는데

얼어붙은 손과 발은 지시를 거부했다.

느릿하게 어깨를 끌어당긴 그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마음먹으면 충분히 밀어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어쩐지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비닷빛 눈동자가 눈꺼풀 아래로 사라지고 푸른 속눈섭이 드리운 그림자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곧이어 입술에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와 닿았다.

맛닿은 입술 사이로 느껴지는 따뜻한 숨결에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가볍게 지분거리던 입술에 힘이 실렸다.허리를 거칠게 휘감은 그가 나를 바짝 끌어당겼다.

강하게 밀어붙이는 뜨거운 숨결과 부드럽게 입술을 핥아 올리느 무언가에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소중하다는 둣 뺨을 매만지는 손길에 나도 모르게 입술이 스르르 열렸다.

 

 

 

p.403

이러면 안되는데.자꾸만 설레었다.

그와의 입맞춤을 생각할수록 낮게 소리 내어 웃는 모습을 떠올릴수록

이러면 안 되는 걸 알고 있는데 조금씩 두려워졌다.

그를 잃을까봐.내 곁을 영영 떠날까봐

미소 띤 얼굴로 춤추는 인형을 바라보다 천천히 침대에 몸을 뉘었다.다시 한 번 태엽을 감고서 나직하게

울려 퍼지는 잔잔한 선율의 음악을 들으며 이불을 끌어 올렸다.

어쩐지 오늘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제국의 주요 가문

1.라스 공작가

의전 서열 1위.황제파를 이끄는 수장의 가문

2.베리타 공작가

의전 서열 2위

진리의 열쇠.필요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황제파의 수뇌부

3.모니크 후작가

의전 서열3위.제국의 창.

대대로 이어지는 피의 맹세로 황제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가문

4.에네실 후작가

의전 5위.제 3기사단장.

5.펜릴 백작가

가주가 근위기사단장을 맡고 있기에 황제파로 분류

6.휘르 백작가

현 휘르 백작의 차녀 그레이스가 황비후보로 주목

 

7.제노아 백작가

장녀 일리아와 베리타 대공자와 혼인 베리타가와 인척관계

 

8.플렉 백작가

제1기사부단장

 

9.버트 백작가

제2기사단의 부단장

10.샤리아 자작가

샤리아 상단을 이끄는 가문

후계자 엔테아가 모니크가와 거래를 통해 충성을 맹세.

11.카롯 남작가

모니크가의 가신.정보 조직의 수장.

 

귀족파.1.제나 공작가

의전 서열4위.검은 장미

초대황후의 친정가문.귀족파 수장.

지은이를 양녀로 받아 들임.

귀족평의회의 의장.

2.미르와 후작가

의전 서열6위.제4기사단장.

3.하멜 백작가.

행정부에서 높은 지위.제나 공작가와 친척관계

4.라니에르 백작가

5.홀텐 백작가

하멜,라니에르.레슬랭가와 더불어 귀족파의 중심 수뇌부.

6.레슬랭 백작가

7.디아스 백작가

귀족파에서 몇 안되는 무관 가문.제1기사단의 부단장.현 백작과 부인은

아버지와 딸뻘임에도 금슬이 좋은 것으로 유명.

8.아피누 자작가.

모니크가의 설득으로 황제파로 전향 첩자 역할을 수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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