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잠1.2/무연

지나간날의기억 2015. 9. 2. 14:28

 

매화잠. 1

의사와 상관없이 이루어진 혼인
하지만 그녀의 머리에 매화잠이 꽂히는 순간,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녀의 하나뿐인 가군은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자비롭고 관대한 사람이었지만
그녀에게만큼은 누구보다도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었다.
매화향처럼 스며들어 서로를 마음에 담았다.
뒤늦게 함께하려는 마음을 품으며 사내는 매화잠을 내밀었으나
여인은 그 매화잠을 되돌려 주었다.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그들은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다.
“당신과의 혼인, 후회합니다.

매화잠 2

새어머니의 음모에 팔려가듯 적국으로 떠나간 여인, 담가예.
스스로 황제의 검이 되어 야차가 된, 진세운.
자신에게 향하지 않는 여인의 마음에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영화국의 황태자, 담제융.

세 사람의 사랑이 서로에게 향하는 순간,
전쟁이 시작되었다.

“부인에 대한 관심도 애정도 없습니다.”

명룡의 투신.
하지만 명성과는 달리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내, 세운.
그에게 이번의 혼례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반드시 깨져야 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뒤늦게 깨달아 버린 감정.
그는 서서히 스며드는 그녀를 마음에 품었으나,
그녀는 이미 제 곁을 떠나 버린 뒤.

“내 전부는 명룡도, 휘왕도 아닌 가예, 당신이니까.”

그의 전부였던 세상은 아련한 매화 향기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남겨진 것이라고는 새하얀 매화잠뿐.
세운의 텅 빈 마음에 가득 담고 싶은 사람은 하늘 아래 가예뿐이었다.

“이 자리는 제 자리가 아니에요.”

짙은 암흑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길에 작은 빛이 스며들었다.
사내는 매화잠을 내밀었고, 여인은 사내의 매화잠을 머리에 꽂았다.
어긋난 인연은 맞닿았고, 그렇게 그들의 세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