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1.2/서자영

지나간날의기억 2016. 8. 31. 17:12

사주팔자. 1


서자영 장편소설 [사주팔자] 제1권.

예정보다 이틀이나 일찍 태어나는 바람에

재왕의 사주가 폭군의 사주로 뒤바뀐  불의 왕자, 운과.

물이 많아 음탕하고 집안 말아먹기 딱 좋다는 임자년에

태어나 천덕꾸러기 신세로 사는 물의 여자, 해명.

아니나 다를까 운은 첫 정을 준 빈궁을 3년만에 잃었고,

해명은 혼례도 올리기 전에 남편이 횡사했다.

최악의 사주, 사나운 팔자의 남녀가 정체를 숨기고 사랑에 빠지다.

사주팔자. 2

p.207

"내 주먹 안에 씨앗이 있소,무슨 씨앗인지 알겠소?"


"그 씨앗이 자라야 알 수 있지 않겠소?꽃을 피우든가 열매를 맺어야 어떤 씨앗인지 알 수 있겠지."

해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

"우리엑 주어진 인생이란 것도 그런 거요.우린 다 세상에 뿌려진 씨앗이오.

어떤 씨앗인지는 아무도 모르지.싹 터서 잘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을 거요.그것은 내가 기대하던 모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나는 박꽃인 줄 알고 열심히 물 조고 거름 주어 키웠는데 배나무일 수도 있단 말이오.

한데 내가 생각했던 박이 아니라고 해서 배가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오?

세상에 없어도 되는 거요? 내 기대가 잘못된 거지.박이나 배는 애초에 가치가 정해져 있지 않은

자연의 열매에 불과하오.인간이 오만하게 자연에 제멋대로 가치를 매긴 것이 문제일 뿐 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태어난단 말이오."

해명이 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운은 더 이상 물러나지 않았다.

"내가 기대한 씨앗이 아니란 걸 깨달았을때 어떤 인간은 나무를 뽑을 꺼요.어떤 인간은 더 이상 가꾸길

포기할 거고 어떤 인간은 버릴지도 모르오,하지만 나라면 그리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겠소

배록 내가 기대한 박은 아니었지만 내게 온 배를 내가 크게 키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배로 자라게

한다면 그것도 충분희 의미 있는 삶 아니겠소?

인간의 짧은 혜안으로는 우리가 누군지 어떤 인간일지 알 수 없소.죽을 때까지 모를지도 모르지

허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내가 과거에 기대하던 모습이 아니라고 실망하고 모두 망쳐버렸다고

하는 것 역시 어리석단 거요.기대하던 박은 아니었지만 배를 얻었잖소.그런 삶도 그 나름대로 충분하잖소?

내게 박 대신 배가 온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요.그리 생각하진 않소?"


"나 역시 한때는 그대처럼 생각했소.

내가 짧고 모자란 생각으로 내 인생에 실망했다는 것을 깨달았소.애초에 그리 기대한 스스로가 잘못된 거지

주어진 삶이 문제인 게 아니었던 거요.이 세상 만믈은 쓸데없는 게 하나도 없소.다 이유가 있어

여기 있는 거란 말이오.나의 존재 이유가 나의 기대와 다르다 해서 내가 가치 없는 사람인 것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인 것도 아니오.그저 내 상각과 내 삶이 달리 움직이는 것일 뿐이지.허니 내가 생각만

바꾼다면 지금의 내 삶은 그저 삶일 뿐,실패한 것도 망쳐버린 것도,잘못 태어난 것도 아니오.아무 일도 아니오.

그래서 난 산에 들어와 사주를 배우기로 한 거요.내 열매가 애초에 내가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어진 것을 크고 탐스럽게 키우기 위해서 말이오.그래서 내 삶은 의미 있게 만들고 싶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