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로맨스 장편소설 『환국의 루』 제1권.
하나에서 둘로 조개진 아이들.
하나는 환국을 파멸로 이끌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 파멸에서 환국을 구해낼 아이.
둘 중에 어느 하나도 버릴 수 없음이라.
마가의 셋째 딸로 언니를 대신하여 서자부에 입단한 루아.
환국의 봉황을 품어 안은 루아는 추방당한 정인을 쫓아
운명에 맞서 싸우며 세상의 끝으로 향한다.
"슬픔 따위로 주저앉지 않아!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
내가 찾기를 포기할 때 그 사람은 죽는거야."
환인 구을리의 셋째 아들로 12년 순행에서 돌아온 자윤.
운명의 여인을 만났으나 신들의 음모로 추방당하여 신들에게 맞서는 적토의 적왕이 된다.
"반드시 돌아간다.나의 고향 환국의 루아..."
해 뜨는 동방에서 붉은 깃발이 오르면 땅은 피로 물들고
두려움에 싸인 이방인들은 붉은 눈동자의 발밑에 머리를 떨군다.
p.283
"아이들이 백일 되던 날을 기억하오?"
"두 아이를 축복하시던 대신녀님의 말씀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오.다른 이들보다
더 특별한 삶을 살게 될 거라 그리 말씀하셨지.
'대신녀가 한 말은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마가는 두 딸 아이의 백일을 기억하지만 정씨 부인의 기억은 한참이나 더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미처 그녀가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기도 전의 일이다.
장자인 혁민을 낳고 십오 년이 넘도록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던 정씨 부인은 어느 겨울날 이상한 꿈을
꾸었다.
향기 그윽한 복숭아밭을 거닐던 그녀는 복숭아나무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복숭아를 땄다.
손안 가득히 복숭아를 잡은 그녀의 손으로 나뭇가지를 타고 내려온 작은 구렁이 한 마리가
감겨들었다.눈처럼 하얗고 가을 하늘보다 파란 무늬가 알록달록 예쁘게 자리한 구렁이가 복숭아를
한입에 삼켜 버렸다.놀랄 사이도 없이 구얼이의 머리가 둘로 나뉘는가 싶더니 파란 무늬와
하얀 무늬가 가릴어 그녀의 소매 깃으로 숨어들었다.
옷깃을 여니 그녀의 가슴아래로 작고 예쁜 청사와 백사가 한데 엉켜 태극 모양으로 똬리를 틀고 있었다.
혹여나 태몽인가 싶어 선원을 찾은 정씨 부인은 기다리고 있던듯 두 개의 찻잔이 보이는 대신녀의 나무 탁자에
마주 앉았다.
"어머니 마고께서 아이를 주셨군요."
"하나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둘로 나뉘었으니 마가에 쌍둥이가 태어날 겁니다.
딸아이들입니다.서로를 꼭 끌어안아야 하는
하나에서 둘로 쪼개진 아이들.하나는 환국을 파멸로 이끌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 파멸에서 환국을 구해낼 아이
둘중에 어느 하나도 버릴 수 없음이라.
아직 형태도 갖추지 않은 아이들을 향한 대신녀의 슬픈 목소리에 정씨 부인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되면 그중 하나를 데리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칠년 후 정확하게 아이들의 일곱 살 생일이 되던 날 마가의 집에 걸음한 대신녀는 태자의 선몽을 꾼
아이가 누군지를 물었고 쌍둥이로 태어난 두 아이 중 아사가 대신녀의 손을 잡고 선원으로 입관했다.
그리고 석 달뒤 루아가 환국의 법에 따라 서자부에 들어간 것이 벌써 십 년 전의 일이다.
p.161
"나를 시험하지 말아요."
"시험하지 않아"
적왕은 그의 곁을 지나는 루아의 팔을 잡아 돌려세웠다.
"네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거야."
"환국을 떠날 때 선택은 미이 했어요."
담담하게 그를 올려다 보던 루아가 어둠 속을 응시했다.
"나는 환국의 루아예요."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다만 나의 선택으로 아파할 이들을 위해 노력할 뿐이예요.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죠.하지만 책임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책임이라는 것은 무모함과는 함께 할 수 없습니다.하지만 노력은
그 어떤 무모함도 포용할 만큼 관대하니까 루아는 노력하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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