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장편소설 [설야] 제1권.
기필코 찾아내 차라리 죽여 버리고 싶을 만큼, 나는 네가 그리웠다.
적당껏 일신의 안위를 차리며 살다 죽으면 그뿐.
다만 이 지루한 생이, 부디 견디기 버거울 만큼 길지는 않기를 갈망했다.
류타에게 삶이란 고작 그 정도의 의미였다.
빌어먹을 계집, 우에노 아키를 만나기 전까지는.
계집을 향한 이 맹독 같은 감정이 무엇인지 류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그 아닌 누구도, 감히 계집을 건드릴 수 없다.
죽인다면 나의 손으로 죽일 것이다.
정체가 무엇이든, 이 계집은 철저히 이치카와 류타의 것이므로.
진주 장편소설 [설야] 제2권.
세상을 등지고, 모든 것을 망각하고, 그저 당신 하나를 얻고 싶던 날들이 있었다.
하늘 아래 유일한 혈육인 오라비를 잃은 후로 명은 늘 혼자였다,
하지만 한순간도 외롭지 않았다. 그런 감정 따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새삼, 어째서 당신이
. 자신을 부서뜨릴 듯 파고드는 남자로 인해, 명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존재를 실감했다.
살아 있는 몸.
살아 있는 감각.
뜨거운 심장과 피.
지금 여기, 살아 숨 쉬는 현재.
느리지만 분명히 봄은 오고 있다. 명은 살고 싶었다.
p.95
지난 3년,그를 지배하고 있던 가장 큰 두려움은 어쩌면 계집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이었다.
죽어 버려 다신 볼 수도,만질 수도 없게 된느 것,홙영으로만 좇게 되는 것,너를 잃게 되는 것,증오
때문이라 믿어 왓지만 그 순간에도 어쩌면 류타는 알고 있었다.
그리웠다.
기필코 찾아내 차라리 죽여 버리고 싶을 만큼 나는 네가 그리웠다. 내 목숨을 앗으려 하였던 계집임을
알고도 나느 너를 놓지 못했다.차라리 목숨을 내주고 너를 찾고 싶었다.적어도 네 손에 죽어 가는 동안은 너를
볼 수 있을 테니.이 끔찍한 마음이 그러했다.너를 잃은 준비 같은 건 영원히 되지 않을 것 같아서.너를 내가 너를
사랑하여서.
p.201
무엇도 될 수 없던 존재였기에,더욱 간절히 명환한 무엇일 수 있기를 소원하였다.
누군가의 무엇이 되고 싶었다.머물 곳을 찾고 싶었다.온전한 존재로 사랑받고 싶었다.
누군가의 무엇이 되어 그리 살아 가고 싶었다.
p.s
덕혜옹주를 생각나게 하는 글이다.
명의 오라비가 류타의 아비에게 죽고 명은 복수의 날만을 바라고 살았다.
그러나 복수를 위해 뛰어든 명의 삶에 류타가 자꾸만 다가온다.
류타에게 다가가기 위한 모든 일들에 하나씩 의미가 부여되어지고 자기도 모르게 류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독립군의 계획이 들통나고 도망치는 중간에 명은 간신히 살아남게 되면서 1권이 끝이 난다.
p.225
'옹주는 처녀였습니다."
간만에 이치카와가를 찾은 당숙을 접대하던 자리,그는 옹주가 낳은 아들이 어쩌면 옹주와 함께 야반도주를 하려
했던 자의 씨는 아닐까 염려했고 타카히로는 자신에 차 코웃음을 쳤다.
p.244
이치카오 류타.일본 화족인 부친과 조선 왕족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절반의 일본인이자 절반의 조선인,가쿠슈인을
거쳐 동경 제국 대학 법학부 독법과 입학,고등 문관 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엘리트,조선 총독부의
행정관으로 발령받으며 조선으로 왔고 수년째 이곳에 거주,현재는 총무부 서기관.제국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는
평과 그럼에도 보기 힘든 수재라는 평이 공존.파시즘에 동조하지 않는 탓에 꽤 많은 적이 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건재.부친과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으나 부자의 성향은 상당히 다른것으로 파악.계모인 현재의
이치카와 후작 부인과의 사이는 데면데면 한편,
펼친 서류를 보지 않고도 러셀 대위는 막힘없이 류타의 신상 정보를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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