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

지나간날의기억 2012. 2. 3. 13:58

 

해어화

 

 이 지아 저

 

 

광해군 재위 5년,계축년(1613년) 음력 시월 스무날

 

그녀의 간절한 외침이 어머니의 처절한 절규에

소리도 없이 파묻혀 버렸다.

쓰러지느 아버지를 향해 달려가는

어머니를 금부에서 나온 나장이 막아섰다.

 

나장을 거칠게 밀친 어머니께서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참렬함으로 크게

울부짖었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이대로 두면 저들이 어머니마저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한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 때, 보모님 곁으로 정신없이 달려나가는 그녀를

행랑어멈이 강하게 붙잡으며 만류하고 나섰다.

 

온몸을 비틀어 반항하면서 행랑어멈을 때록 할퀴어 보아도

그녀를 붙들고 있는 강한 힘은 조금도 약해지지가 않았다.

도리어 더욱 더 옥죄이면서 행랑어멈이 울음을 터트렷다.

 

그 날 아침 일찍 역모를 꼬한 정2품 전 홍문관 대제학 권화와

그의 아들 종 6품 성균관 전적 권흔을 삭탈관직 후 사사하라는 어명이 내려졌다.

 

그녀 나이 아홉이던 그 해,

첫 서설이 하늘을 무너뜨리며 그렇게 차갑게 내리고 있었다.

 

해어화,말을 알아듣는 꽃

조전조 선비들은 그들의 시와 풍류를 알아듣는다 하여

기녀들을 말을 알아듣는 꽃,해어화라고 칭하였다.

이 땅에는 뭇사내들의 노리개라는 슬픈 운명을 살면서도

기개와 절의를 지켰던 많은 해어화들이 있었다.

소설 해어화는 바로 그녀들의 이야기이다.

 

광해군 재위 5년, 영창대군의 지지기반을 약화시키기 위해

대북파들이 꾸민 계축옥사에서부터 이이야기는 시작한다.

역모에 연류된 조부와 부친이 사사 당하고 관기로 전락한 매향은

분사 이성구라는 한 선비를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된다.

 

기녀와 선비라는 신분의 벽마저

그들 앞에서는 장애가 되지 못하였다.

하늘이 정한 인연이기에 인간들이 만들어낸 관습에

당당하게 맛설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p.41

남자중에 잊혀지지 않는 첫번째가 머리를 올려준 낭군님.

두번째가 아름다운 용모의 미남자요.

세번째가 정열적이고 힘이 넘치는 연인이요.

돈이 많아 잘 쓰는 이가 그 넷이며

너무도 추악해서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것이 다섯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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