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퀸1.2.3

지나간날의기억 2014. 5. 12. 14:25

레디메이드 퀸 1

 

어도담의 소설

1.구원과 기만

태양 아래의 화려한 세계,그 주인의 자리를 둘러싼 아귀다툼.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그늘에서부터 전조는 시작되었다.

 

"머리가 적갈색이군,눈동자까지.....황제의 색이라."

 

백치로 유폐되어 살던 황녀 비올레타가 살해당하고

허무한 생 그 끝에 단 하나 남은 것은 그녀의 시녀,몰락한 귀족 영애 에비가일.

에비가일은 제게도 곧 닥쳐올 끝을 예감했다.

그 공작이 이렇게 말하기 전가지는.

 

"네가 저 황녀가 돼야겠다."

-황후 파사칼리아의 딸 5황녀 비올레타

 2황자 미하일

-라키엘 드 에딜가르드.비올레타 전화의 사촌 오라버니

-1황비 베티스의 아들 1황자 빌키어스 23세

  3황녀 일로벨라.21세

-3황비 카트린느  의 아들 4황자 킬리안 19세

조카 이카르트 베론.비올레타의 음악선생.

-4황비 엘로이즈 드 시데른

 

-로드리고 후.황제의 하나뿐이 누이 르네비어의 아들 칼.

 

 

 

 

 

레디메이드 퀸 2

 

2.비극적 결함

아무도 모르고,아무도 경계하지 않았던 것들이 어느새 거대한 파도로 밀려온다.

모든 것은 그대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언젠가 갑자기 누가 뒤에서 내 어깨를 붙잡고,

내 원래 이름을 부를 것만 같은 그 불안을 어느 순간인가 잊고,

진실보다 착각이 현실과 더 가깝고,

그러다 내가 가진 전부가 정말로,처음부터 다 내 것이라고 느꼈을 때."

 

그러다 당신마저 내 것이라고 착각하게 되었을때.

그때.

불안이 괴물처럼 머리까지 집어삼켰다.

이드리안제의 여섯 번째 아들 9황자 루드비히.모친 에르가넷

아드리안제의 장자 황태자 카드리어.

루드비히의 고개를 들고 감히 올려다보지도 못할 만큼 모든것을 다 가진 남자.

그리고 그녀 파사칼리아 드 아델가르드는  그 카드리어가 가지지 못한 단 하나였다.

 

p.206

"내가 원하는 여자는 그대뿐이야."

도돌이표처럼 돌아오는 대답에 파사칼리아는 얕게 한숨을 내뱉었다.

베티스 드 카디링거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본디 카드리어의 약혼녀로 내정되어

있었던 베티스다.아직 성년도 맞지 않은 주제에 게르테뉴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자

마자 카드리어를 꿰차다시피 한 파사칼리아가 아니꼽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다.

파사칼리아의 본의와는 전혀 상관없는 형세였지만.

"그리고 온 그란토니아를 통틀어 황후가 될 만한 여자도 그대뿐이지."

"그러니까 실컷 거절해.몇 번이고 다시 청혼할 거니까."

 

p.208

"전하"

"저 사람은 누구예요?"

카드리어가 파사칼리아의 시선을 따라 대수롭지 않게 시선을 옮겼다.

무미건조한 음성이 마치 전혀 가치 없는 것을 읊어내듯 가볍게 말을 이었다.

"황제 폐하 아들이야."

"그리고 에드가넷 드 브라니오의 둘재 아들이지"

에르가넷 드 브나리오

황태자를 독살하려 했다가 참수당한 네 번째 황비.

파사칼리아는 조금 놀라 눈을 깜빡이며 그의 이름을 기억해 내려 애썼다.

그는 제 어미가 죽은 뒤로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황자였다.

연회 분위기가 무관심했던 파사칼리아는 그제야 그 남자의 주변으로 조금 웅성거리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아마도 남자가 처음으로 연회에 등장한 것이리라.

남자는 그저 담담한 얼굴로 자신이 동물원의 원숭이 취급이나 당하고 있는 것을 견뎌 내고 있었다.

 

26세 콘스탄체 1황녀.

황제가 가장 아끼는 장녀였고 황후가 낳은 하나뿐인 딸이었으며 황태자의 유일한 동복 누이였다.

p.213

그 혼잡한 시야 속에서 루드비히는 저도 모르게 무언가를 잡아챘다.흑단처럼 고아한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칼을 한쪽 어깨

위로 길게 늘어뜨린 여자였다.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여자의 옆모습에 루드비히의 시선이 경직된 채 멈추었다.

루드비히는 제 시선이 이토록 명확하게 멈춘 것이 조금 당황스러웠다.심지어 그것을 깨닫고도 여자에게서 시선을 못내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윽고 여자가 천천히 몸을 돌리고 루드비히와 마주쳤다.찰나였다.

여자는 루드비히를 바라보며 몇 번 그 눈을 깜빡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버렸다.

루드비히는 드디어 제가 미쳤나 싶어 입안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때 거짓말처럼 여자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그 눈과 마주쳤을 때 루드비히는 흡사 처음으로 사람의 눈과 마주친 것 같은 기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마치,누군가가 처음으로 제 눈을 들여다본 것 같았다.

그리고 귓가로 들려오는 잡음속에 명료한 몇 가지 단어가 들려왔다.

에델가르드공과 헬레니아 황녀의 딸이,황태자의 청혼.성년 황태자비..

그리고 파사랄리아 드 에델가르드

카드리어의 황후가 될 여자.

 

 

p.332

"공주 풀레임이.."

"오필리어 빌도프 에버넷 잉거스티."

"작년 겨울 밀리노 국경 지역에 불법으로 대거 침입한 자들이 있습니다.그에 관해 잉거스트 대공이 관여

한 바가 있습니까?"

"잉거스트 대공이 가을부터 급격히 잉거스트의 군비를 증강시킨 것에 관하여 공주와 대화를 나눈 적은

없습니까?"

"그대의 나라가 이렇게 침략해 올 것을 대비했던 것입니다."

p.351

빌뇌브는 무더덤한 눈으로 제 주군 햄릿을 돌아보았다.

'전하"

"오필리어...오필리어..."

"오필리어가,날,버릴 리가,없는데.."

마치 목이 죄인 듯 왕자의 입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겨우 새어 나왔다.

빌노브는 직접 왕자의 손에 그녀의 유서를 억지로 쥐여 주었다.

...당신이 나 때문에 포기한 모든 것에 미안해.그러니가 챙복해..

곁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해.난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서.이 모든걸.내,

 

그러니까,당신은 행복해야해.

 

p.467

"이카르트는 세상에 믿을 것 없는 네 뒤를 지켜줄 사람이다.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니?"

"일부러 이런 게지.또 일부로 이런것이지 폐하 보란 듯이 세상 보란듯이."

 

"그 보잘 것 없는 계집만 제 곁에 살려 두시면 이 아들이 어마마마가 원하신느 모든것을 하겠다고."

꼬박 2년도 지난 일이 흘러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아들의 깊은 증오가 츨러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어마마마께선 들은 체도 않고 그 아일 죽이셨고요."

"네 침방 하녀였나.너무 사소해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잠시 네가 정신이 나갔으리라 생각했다만.

"네 고귀한 목숨 고작 그런곳에 매달지 마라.넌 황제의 아들이다.

"고작 그것 때문이냐고 하셨죠.그런데 아십니까.그 아이가 죽지 않으면 어미가 죽게 된다고

제발 그년 좀 죽여 달라 당신이 애원하셨더라면 저는 그 계집을 제손으로 죽일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아들이었습니다.평생 어머니를 미워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 원하지도 않고 잡히지 않을

자리를 위해 죽을 듯이 노력해 온 만큼..

"킬리안"

"정신이 나간건 그때까지 제게 어미가 잇다고 믿고 살았던 그 새끼겠죠."

킬리안이 천천히 허리를 폈다."지금은 아닙니다.황비전하."

 

p494

파사칼리아는 미하일의 초상화를 바라보아다.단정한 이목구비 위로 떠오른 선한 인상은

제 부모가 아닌 외숙부 클라우스를 닮은 것이었다.

그녀가 그리워할 자격도 없는 그녀의 오라비.

클라우스는 미하일이 제 아비에게 사랑받는 아들이길 원했다.

파사칼리아의 무너져 가는 인생 속에 빛이 되길 바랐다.

그러나 클라우스의 노력과 바람이 무색하게도 미하일은 죽을 때까지 제 아비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클라우스의 나머지 2할은 아비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장성한 황태자를 위한 것이었다.

1황자와 4황자의 세력 속에서 황태자가 고립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수도에 발을 붙인

클라우스는 결국 두해를 넘지 못하고 미하일고 함께 죽었다.

배신감에 치를 떨고 제 앞에 선 루드비히를 혹은 루드비히 앞에 선 자신을 도무지 견길 수가 없어서

제 사랑이 진창에 처박히고 제 자식을 빼앗긴 것만 생각해서 그래서 알면서도 몰랐던 것이었다.

아버지가 오라비가 본래 예견된 고고한 길에서 내려앉은 것마저도 제 스스로의 불행이라 믿었다.

 

p.498

파사칼리아에겐 이제 단 하나 남아 있었다.

지금이야 말로 저 발치에 엎드릴 수 있다.

그녀는 차분하게 눈을 들고 루드비히 발치에 앉았다.

파사칼리아는 그가 꽤 놀라 있다는 것을 눈치 챘으나 모른체 눈을 내리깔며 조금 처연하게 웃었다.

"나는 당신의 사랑을 다시 바란다는 빤히 보이는 거짓말은 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다신 그럴 수 없으니까.다만 스무해도 더 지난 그때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시시콜콜한

지금 사정 말고 우리가 잃어버린 과거.."

파사칼리아의 말은 뒤틀림의 시작을 오로지 제 탓으로 돌리는 것이었으며 그녀가 평생 보여 온 증오를 통째로

뒤집는 것이었다.

루드비히는 보란듯이 훤하게 속을 내보이는 제 아내를 기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름다운 여자의 손이 루드비히의 무릎을 스치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끝나면 다시 이 손을 잡고 싶습니다.폐하."

속이 보이는 것은 상관없었다.의도가 드러나는 것 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파사칼리아는 어느덧 열아홉 그 어리석은 황자처럼 애달프게 뒤엉킨 남자의 시선을 마주하며 확신했다.

그는 그녀의 목구멍 속의 칼날을 알면서도 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것만이

그녀가 평생 역겨워 외면해 온 남자의 검은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진심이었으므로.

레디메이드 퀸 3

3.영광의 파편들

노도처럼 산란하는 황실의 운명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자가 황제의 관을 쓸 것이다.

"더불어 5황녀는 가장 완전한 혈통과 전 황태자가 죽고 없는 지금..

라키엘은 천천히 명료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가장 완전한 혈통

 

그렇게 내뱉는 혀끝으로 기묘한 희열이 타고 올라왔다.

그것은 이미 세상 어디에도 없는 허구였다.

 

그들이 죽은 것은 그들이 선한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미쳐 있기 때문에 이곳에 서 있을 수 있었다.

 

p.231

'아그네스 나는 내 죽음이 에델가르드를 서서히 기룽게 하는 것이 아닌 가장 좋은 기회

같은 것이길 원해.누군가가,내가 죽었기 때문에 에델가르드를 놓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죽었기 때문에 에델가르드에 매달리길 원해.

내 죽음 만큼은 그런 것이길.원해."

'그리고 이 모든걸,라키엘과 에비가일이 모르길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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