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정 장편소설『님아』(상)권.
혼담이 오갔던 사내들의 뜻 모를 죽음과
금수만도 못한 남자와의 혼인으로 얻은 지독한 상처.
칠흑 같은 앞날의 숨 막히는 절망감을 견딜 수 없어 차라리 먼 곳으로 떠나 홀로 살라는 부모님의 권유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그 후, 망자(亡者)로 위장하여 한양으로 도망쳐 온 지 1년.
실바람 하나에도 바스라질 듯 위태롭게 살아가던 내 앞에 나의 지아비가 되어 주겠다는 한 남자가 다가왔다.
봄볕 간은 온후한 눈동자로 내 모든 것을 감싸안듯 응시해 오던 그.
너른 그의 품 안에서 다시 한 번 행복을 꿈꾸고 싶었지만
그를 마주할 때마다 뻐근해져 오는 가슴을 가만히 내리누른 것은
나의 이 기구한 삶 속에 차마 그를 들일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부인께서 제 곁에만 계신다면 무슨 일도 화가 될 수 없습니다."
하나,그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마음이 비가 되어 내린 순간
내면 깊숙한 곳에 묻혀 있던 감정은 꽃씨가 되어
바싹 메마른 내 가슴에 살그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온한 그의 그늘 아래서 잠시나마 희망할 수 있었다.
비정한 내 운명도 이 정도의 행복쯤은 눈감아 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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