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8
어머니는 태우하,은월의 마지막 왕녀였다.이때껏 귓가에서 음성으로만 맴돌던 분이다.
'흰 눈 소복이 쌓인 가지에 노랗게 핀 모습은 참으로 장하지.아가,
너도 그리 강하게 살렴'
'월라는 달빛으로 짠 깁이란다.아가.'
어머니의 나라는 망하였으되 이설에게는 늘 생생했다.전설도 역사도 아깃저부터 자장노래처럼
들으며 자랐었다.그레서 제가 누군지 잊었으면서도 온전히 놓지 못한 모양,깁속의 깁을 짜려 한 뜻도
그와 맥락이 같았다.
'아가 리화야,너는 태가 사람이란다.'
이설은 다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리고 입술을 윽물었다.
사람드링 저를 조롱할 적에 '네 성이 무엇이냐.하고 물었었다.진가,범가,은가,강가...네 진성이 무엇인지 알기는 하느냐
황녀 해란 또한 눈 아래로 보며 놀렸었다.
네 어미 거친 사내가 수 없으니 너는 누구의 씨더냐 물으며 없긴여긴 것이다.
나는 태가 황녀가 말한 그 어떤 성도 아니요.
일곱 번째 생일은 앞두고 석 달 전에 있었던 일 황녀에게 말대답하였다 하여 뺨을 맞았다.그래서 이설 또한 해란의 뺨을 쳤다.
그러나 그 오라비 태강까지 거들어 수모만 더욱 컷을뿐 이설이 벌겋게 부은 뺨을 하고 집에 돌아갔을때 어머너께서는 하염없이 우셨다.
'이리 살지 말려무나
'태우하의 딸로...살지마라.
p32
저 어린 자하처럼 모후께 귀염 받던 시절도 분명 잇엇따. 그러나 태우하가 전쟁 포로로 잡혀 온뒤로 칭찬보다는 꾸지람이
더 많았다.
'그아이 가여운 아이다.어찌 현의 황녀가 그 가여운 형편은 살피지 못하고 시샘을 하느냐.
어마마마 어찌 생판 남인 그 계집만 헤아리라 하시는지요.이 문선은 어마마마 말씀을 결코 따를 수 없나이다.
p.45
쌍생으로 한 배에서 머물렀던 오라버니는 이설과 아비가 달랏다.
사실 그 아비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짐승 여럿이서 어머니를 유린하여 생긴 사내애,그게 오라비였다.
이설은 아픈 숨을 사리물었다.저 또한 크게 다를바 없는 처지면서 오라비를 탓했다.함께 탯줄을 빌어 사는 처지라 머리에 품는
것으로도 그 멸시는 항시 넘쳤었다.
'네가 옳아 나는 어머니께 슬픔밖에는 되지 않을 것다.내가 누굴 닮았든 그이가 네 아버지느 아닐 테니까.
아비가 다른 쌍생아.짧은 시간 내에 둘 이상의 사내와 곤계를 가져 맺는 것 .
아비가 내내 연모하였어도 어머니는 아니셨다.단죄를 위해 복월을 위해 강해지기 위해 아비를 택한 것뿐
처참히 짓밟힌 몸 추스를 새 없이 아비를 찾으셨던가?참혹함 속에서 저 또한 생겼으니 오라비를 탓할 자격은 실상 이설에게도 없었다.
어머니를 부탁해.
예기치 못했던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 말릴 새도 없었다.오라비는 제 목에 스스로 탯줄을 감았다.세상에 울음소리 내기 전에
자결했다.바로 이설이 태어나기 전에 지은 죄였다.
p.61
황녀 문선이 어머니께 한 폭언을 이설은 고스란히 기억했다.
살꽃 하나 장히 지녔다 바주마오 상공께서도 그 일을 알고 계신데도 그리 고고히 구시려오,
영랑녀 교합 외에 잘난 것이 엇다더니 하룻저녁에 세 사내를 품었구려.과연 저 아이 아비는 뉘인가요.그리하니 사내애는 잘못 되었겠지.
할삼혼으로 사돈이 되었으니 황녀 무선에게 어머니는 항시 아랫사람 대우를 받았었다.
황제가 매작한 바 역시 실상은 어머니를 괴롭히려는 뜻이었다.
하긴 아바마마의 무릎을 그리 탔으니 그 정결치 못한 몸으로 성한 아이를 낳을 수 있었겠소
p.76
꼭 살아 남으셔야 합니다.이 길로 곧게 뒤는 돌아보지 말고 가십시오
그 밤에 화적떼인 양 꾸며 문선 휘하의 사병이 움직였었다.
태리화로서의 삼은 모두 지우라 하셨다.흉별 그을 때 어미니께서 눈물지으며 당부하셨다.
기억을 봉쇄당했음에도 이어온 것이 있었다.베틀도 비파도 그리고 소천,범산.
저보다 열한 살 위라 높게만 보였던 그 오라버니 할삼혼으로 맺어진 연 .그러나 둘 모두 그 연을 알지 못하고서도 서로를
마음에 담았다.
p.82
부러 말하지 않아도 태강의 뜻을 이미 다 읽은 뒤였다.
이태와두미가 깔아 놓은 자리위에 외숙을 세우기만 하면 되는일이다.외숙이 일단 이설 그 계집을 보면
그래서 그년에게 회가 동하면 범삼은 더 이상 굄의 대상이 아닐 터였다.
태강에게 이제 부황 승평은 놀놀햇다.계집이 걸린 문제면 시정의 오입쟁이와 다를게 없었다.
아들만치나 아기는 질자 범삼이라 해도 내치고 볼터 부디 범가의 계집이 예평 놈 말처럼 절색이기를 바랄 뿐이다.
p.84
어머니 이분 또한 어머니다.은월에서 왕녀가 태나면 같은 날 같은 시에 여항에서 태어난 여아들을 왕녀의 그림자 자매로 함께
키운다 했다. 민부인 역시 그러한 이들 중의 하나였다.
여랑은 태우하의 섯쩨 그림자였다.일각이 이르기를 망국 직후에 일가가 태대장군의 포상물이 되어 수안으로 끌려왔다 해싿.
그러다 솔거노비에서 외거로 또 속량하여 양민이 되었다.그러나 부친 여택이 졸한 뒤로 가세가 기울어 고리대 빚에 몸이 팔려
기녀로 전락하고 말았다.
p.185
이제는 범산도 알아챘다.이설 역시 경계하고 있었다. 상공이라는 호칭은 작야에 처음 들었다.외친들 앞이라 이설이 조심했던 것,그는 눈을
날카로이 떳다.그녀가 그듭 그리 부르는 바로 짐작키에 후원 안에 단둘이 아니었다.아내와 자신,그리고 지켜보는 제삼자.
눈곁으로 마주치자 가슴 밑바닥에서 분기가 서늘히 치밀었다.
승평은 범산의 문안인사를 받으면서도 이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탐심은 지글지글 끓어도 입은 그와는 따로 움직여
무변의 정원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등의 시답잖은 말도 중언부언 지껄였다.
이설은 잔결 없는 눈으로 어머니의 원수를 응시했다.저치의 숨이 멎는 순간까지 드러내지 않을 터였다.
p.188
포태하여 비원의 향을 잃었다 했더냐.진양후?
예 폐하
대답이 단호했ㄷ.승평은 듣는 즉시 이맛살을 찌푸렸다.
예 선 질자놈은 유달랐다.모두 저에게 굽샐대나 이 하나는 예외,그 눈이 창이 고 그 언이 검이었다.
부마도위로 보았을때와 달리 닿으니 저런 어연번듯함이 작금에 거슬렸다.
아쉽구나.몹시
저의 개의치 않습니다.
범산이 입귀를 치켰다.검남빛 눈이 불티를 품었다.
하긴 저리 고운 처면 그럴 만도 하구나.
p.191
문선이 입덧 운운하는 소리에 눈을 치키자 인선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자희와 리화 역시 눈살이 꼿꼿했다.예평이
유들 유들 웃고 태강이 눈을 잔뜩 가늘였다.승냥이 또 승냥이 사람 아닌것들 천지다.
이설은 입 안으로 읊조리며 저는 걸음걸이로 아미 곁까지 물러나왔다.
멀찍이 물러서서 바라보니 어연번듯한 이는 오로지 남편 범산 하나였다.은천종,동예평,진태강 모두 대동소이했다.
p.193
범산이 옆으로 비켜서고 소윤이 다가서면서 짧게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눈이 예도처럼 날캄해 그녀는 그만 흑 하고 숨을 내그었다
사내다움이 참으로 발월하여 그녀는 떨림을 감추려 의자 등받이를 힘껏 훔켜잡았다.운이 틀어지지 않았다면 진양후
부인이 되었을 판이라 그녀 가슴이 심하게 뛰었다.
과거의 편린들이 하나씩 둘씩 제자리를 찾아 온전한 그림이 되어가는 중 은리화라 칭해지는 고개 높다랗게 든 처녀였다.
아가씨 아가씨는 어찌 그리 운이 좋으셔요?
운이 좋다 말하였느냐?
아버님은 동안공 각하시고 어머님은 재인으로 이름 높으신 우 부인인이시니 이 계원이 어찌 부럽지 않겠는지요
저도 아가씨처럼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계원 그 어미는 보란,모녀는 현과 은월의 혼혈이었다.
눈보라 사납던 섣달 어느날 아침에 청원사 일주문 앞에서 빈사지경에 놓인 둘을 어머니께서 구명하셨다.
이설 저보다 한살 위였던 계집아이는 파랗게 언 손으로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움켜 잡았었다.
그때부터 그 아이는 제 어미보다 상전인 어머니 주위를 맴돌았다.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달라 하던 눈이 같아 어머니를 바라던 양으로 이제는 남편을 탐하고 있었다.
아가씨 아가씨만 없으면..
온통 핏빛이고 불빛이던 그 밤에 계원이 울부짓었다.이설 제게서 어머니의 가락지를 잡아채며 눈을 번득였었다.
아가씨만 없어지면 내가 은리화가 될 수 있어요.그러니 아가씨 여기까지가 아가씨 명이에요.
혼백이 되더라도 날 원망하지 말아요.
이설은 부러 계원을 외면했다.
속을 읽혀서 일을 그르쳐선 안 되겠기에.시전 거리에서 어머니의 옥지환을 주웠을때 이미 계원은 이설 자신을 알아보았었다.
아가씨 제가 은리홥니다.
이설이 여전히 기억을 잃은 줄만 알아 그지 없이 당당했다..
p.211
자희는 기가 막혔다.황제의 금지옥엽인 제가 원해 부마로 맞으려던 진양후 오라버니였다.부황께서도 내내 철석같이
네 짝으로 맺어주마 하셨었고 한데 그 아바마마께서 작금에 영랑의 천것 편에 서서 자희 제게 망신을 주셨다.
내 딸 자희의자리니 물러서라 해도 부족할 판에 전부당만부당한 일이었다.
당금.예평만이 흡족했다
자희가 따를 게 술이 아니라 아쉽기는 해도 기쁘기 그지없었다.
그는 실실 웃으며 두리번거렸다.
가장 먼저 유리병을 두 손으로 감싸고 앉은 이설이 뵀다.실로 절색 이숙만 아니면 욕심으 ㄹ내고픈 계집이었다.하지만
이미 외숙이 눈탐을 제대로 내신 바로 침이나 삼키고 말아야 했다.
p.217
민부인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혼이 속 빠질 것만 같았다.전하께서 석리만 지니셨다면 불운이 덜했을까.민효대신 이설이라 불린 탓으로 그 악귀가
들러붙었다는 말 아닌가.
"설귀 용이태"
"그것이 살지도 죽지도 않은 채로 모질게 있습니다"
설귀 용이태 짐승보다 더 그악스러운 자 그놈이 남편을 죽이고 전하를 위협하지 않았던가.
"생령과 사령 그 중간체로 산 자를 조종하고 있습니다"
p..377
몸과 마음이 달랐다.자희는 정색하면서도 태강에게서 손을 떼지 못했다 그가 이끄는 대로 사나운 수컷을 문지르고 또 어루만졌다.
네것으로 품을 수 있다는데도 싫다?
탐나지만 사양할래요.언니처럼 되지 않을 거예요
태강 오라버니도 잘났지만 진양후 오라버니와는 급이 현저히 달랐다.
p.378
자희는 이를 갈았다.일기에서 고백하기로 해란 온니는 오직 진양후 오라버니만 몰랐었다.반면에 그 외의 사내는 필요이상으로
넘치게 알았다.초야에 홀로 남겨져 하얗게 지새웠다.손가락의 피로 흰 이부자리에 거짓 흔적을 붉게 내었다고 그리하여
알량한 자존심은 지켰는지 몰라도 진양후 오라버니 없는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고 회고했었다.
"원치 않은 혼인에 바라지 않는 아내였으니까.누이 네가 범산을 제대로 모르는군 그놈 열여섯에 열한 살 아래인 은리화와
가혼례 올릴적에도 썩 기꺼워하지 않았거든.
제 마음이 움직여 한 일이 아니니까.첫 아내는 가여워서 두번째는 모친이 죽는다 하니 마지못해서.아마도 놈에게 혼인다운 혼인은
제 가도에서 올린 세 번째 딱 하나일 거다.
"우리 모두 한 핏줄이 맞지 싶다.너는 범산을 이 오라비는 널 아바마마께선 범산의 처를 멀리 나아가서는 할바마마의 후하에 대한 집착
도무지 인륜이든 상식이든 봐줄 구석이라고는 없는 음욕아니더냐?
그만두라는 소리는 뇌리에만 있었다.자희느 혼절 직전까지 내몰렸다.태강이 탐하는 대로 윗몸도 아랫몸도 모두 내맡기고 가픈 숨만
색색댔다.
"네 처음은 내 것이다 명심해.진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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